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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러닝

자본주의 러너

by 달려라 유니 2024. 7. 14.

내가 가진 러닝화는 2켤레다.
일상화 및 조깅용으로 사용하는 아식스의 젤카야노 30과 대회 및 스피드 훈련에 쓰고 있는 써코니 엔돌핀 프로 4 카본화이다.

써코니 엔돌핀 프로 4 신발을 먼저 매장에 가서 샀는데 한번 신어보니 카본화가 아니라 조깅용으로 하나 필요할 것 같아서 구매한 것이 젤카야노 30이다.

젤카야노는 기안 84가 착용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발볼이 넓은 편에 속하는 한국사람에게 맞게 4e 사이즈도 있다.

나 역시 발볼이 넓은 편이며 사이즈도 크다.
브랜드에 따라 다르지만 290에서 295 정도를 신는다.

발볼도 넓고 내게 맞는 사이즈도 있어서, 그리고 기안 84를 믿고? 젤카야노를 신어보지 않고 바로 인터넷으로 구매를 했었다.

듣던 대로 안정적으로 발을 잘 잡아줬으나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바로 무게와 답답함이다.
5킬로 정도만 뛰어도 발에서 땀이 나고 무게 때문에 금방 피로가 쌓였다.

불편해도 1000킬로는 신어보자라고 다짐했지만 오른쪽 신발 밑창이 살짝 뜯어져 버렸다.

뜯어진 상태로 계속 신었지만 이것이 지속적으로 내게 새 신발을 살 핑계를 만들어주었다.

조금만 힘들어도 새 신발을 사고 싶은 열망이 올라왔다. 요즘 호카 신발이 인기라던데 호카 신발은 어떤 게 좋을까? 달릴 때보다 쇼핑이 더 즐거울 때가 있다. 열망은 곧 집착이 됐다.
마하6가 아니면 달리기 싫어질 정도였으니..
이럴 때면 "나는 다른데 돈 별로 안 쓰니까. 나를 위해서 이 정도는 괜찮지" 라며 합리화하는 과정은 필수다.

그렇게 알아본 결과 마하6로 확정했다.
발볼은 2e 와이드에 290 사이즈인데, 해당 사이즈가 인터넷에도 없고 오프라인에도 잘 없었는데 운 좋게 롯데백화점 본점에 남은 한 켤레를 살 수 있었다.




영롱하다.

본래 새신을 사면 바로 뛰어나가보고 싶은 설렘이 생긴다.
하지만 신발 사러 돌아다닌 시간 동안 육아를 못해서 남은 시간은 육아를 해야 했다.

그리고 다음날. lsd 훈련이 계획된 날이다.
새 신발과 함께! 어떤 코스를 달릴지 생각해 본다.

좋다. 오늘은 마포대교 북단에서 잠수대교를 건너 다시 마포대교를 넘어오는 코스로 해보자!

잠수교 까지는 많이 뛰어가봤지만 잠수교를 건너서 여의도까지 뛴 적은 없다.

오늘 기온은 31도



오후에는 비가 올 확률이 있었다.
나는 아기가 낮잠을 자는 시간. 오후 2시 가장 더울 때 나왔다.
처음 가는 코스고 장거리라서 요헤미티 에너지젤과 아들이 먹는 조그만 보리차 팩을 주머니에 넣고 나왔다.

오늘 러닝은 처음부터 불안했다.
2킬로쯤 뛰었을 때 왼쪽 발 볼에서 찌릿한 불쾌한 느낌이 들었다.

보통 작은 신발을 오래 신으면 느껴지는 통증이라 매우 불안했다.

발볼 쪽 신발끈을 더 느슨하게 풀어주고 다시 달렸다.
찌릿한 통증이 살짝 있지만 그런대로 풀리는 것 같아서 계속 달린다.

잠수교를 건널 때까지 컨디션은 좋은 편이었다.
문제는 그 이후다

새롭게 펼쳐진 코스에서 나를 맞이한 건 뜨거운 햇살.
아니 태워 죽일듯한 햇살이다.

순식간에 갈증이 올라오고 피로가 쌓인다.
그늘하나 없는 이런 코스가 있다니..

10킬로쯤 되는 구간이었을까. 멀찍이 보이는 그날 아래 벤치에 앉아 에너지젤과 아들 보리차를 마셨다.
보리차는 두 모금이 안 되는 양이었다..
그것 조차 거품이 올라와 대부분은 못 먹었다

그렇게 한번 퍼지니 결과는 뻔했다.



파란 선으로 된 부분은 걸었다는 표시다.

탈진할 것 같은 날씨와 왼쪽 무릎에서 약간의 통증이 의욕을 꺾었다.

터덜터덜
기대했던 여의도와 마포대교 코스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걸어야 했다.

이 더운 날 왜 기어 나와서 개고생을 했을까 투덜거리며 걸었다.
분명 10킬로까지 즐겁게 뛰었는데 금세 마음이 바뀐 것이다.

그래도 이번 러닝에서 몇 개 배운 것이 있다.
첫 번째로 새 신을 신으면 가볍게 발에 맞춰가는 과정을 가지고 난 이후에 본격적인 훈련을 하자.

둘째, 한강변 러닝 코스에 의외로 급수대가 많이 있다는 사실. 아리수라는 급수대를 잘 이용하면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러닝에 고글이 필수라는 것.
뜨거운 햇살에 땀이 많이 나서 탈수현상이 온 것도 문제지만 눈이 부셔서 시력이 나빠질까 봐 걱정이 됐다.

아무래도 낮에 뛰려면 고글은 필수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고 인터넷으로 찾아봤다.

내 눈이 들어온 것은 오클리 ev

스노보드를 탈 때부터 알게 된 오클리는 명품 고글 브랜드 중 하나이다.

가격이 만만치 않으니 매장에 가서 실착을 해보고 구매해야겠다.


신발 하나 있으면 할 수 있는 취미가 달리기라고 누가 그랬나.

모든 취미에는 돈이 들어간다.
러닝도 취미다.
그러니 러닝도 템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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